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 by Hiwars

10년만에 다시 해본 토먼트는 여전히 방대한 세계관과 깊은 철학을 아우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 남자가 걷는 인생의 궤적은 10년전에 느꼈던 것만큼 복잡하진 않았습니다.

게임에 나오는 당파들은 (더스트맨, 센세이트, 아나키스트, 갓즈맨 등) 각각 다른 인생관, 종교관, 사생관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철학에는 나름 얼마만큼의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제 이번 플레이는 Nameless One을 통해 감각적 체험을 공유한단 면에서 모든 것을 경험으로 보는 센세이트에 가까웠습니다.

시체안치소에서 깨어나 끝을 맞기까지의 여행은 Nameless One이 무수히 반복해온 인생의 마지막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독립적인 단 한번의 인생이기도 했습니다. 제게 이 겜을 관통하는 질문인 '무엇이 인간의 본성을 바꿀 수 있는가?' 에 대한 해답이나 카르마의 의미를 깨닫는 것 만큼이나 중요했던 건 이 한번의 인생을 내가 만들어간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결말은 10년전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좀 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좀 더 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방향을 택함으로써 Nameless One을 저와 맞춰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했기 때문에 Nameless One이 모든 것을 알기 전 전생의 자신과의 대화에서 '내 여정은 소중했고 난 그것을 잊고 싶지 않다.' 라는 선택을 진심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 동료들과의 모험은 보상받은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네가 동료들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네 자유다. 명심할 것은 동료들 역시 너를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딘가에서 본 가이드 문서에 나온 조언이 진실. 나와 내 동료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여정이었기를.

@ 중간에 어떤 가치관을 고수해왔건 마지막의 귀결은 같을텐데 그렇기에 완전 악인으로서 여기까지 왔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혹시나 언젠가 하게 된다면 이 쪽으로.

발더스카이 Dive 2 - 올클 감상 및 관련 잡담 by Hiwars

소라 굿 엔딩을 본 직후인 토요일 새벽에 적었으면 좀 더 흥분을 표출할 수 있었을텐데, 트루엔딩 회수를 위해 Dive1 포함 전원의 굿엔딩을 회수하면서 조금 진정되었음.

아무튼 올해 제 베스트는 결정되었습니다. 졸라 짱!

  • 최종 루트에 들어가자마자 모든 것이 반전될 때,
  • 특정 방향으로 사고를 유도한 후에 그걸 다시 뒤엎을 때,
  • 궁극적인 목적과 그 속에 담긴 마음을 이해했을 때,
  • 발더포스식 퇴장과 그 이후부터 라스트 전투로의 질주를 볼 때,
  • 최종 상호 피드백을 보는 순간,


아드레날린 오버플로우! ㅜㅠ 세계를 보는 관점이 적어도 3번은 변화함.

반전의 부수적 효과인 퀄리아의 획득도 세밀하게 표현. AIR에서 유키토가 소라가 되면서 하루코를 다시 보게 되는 것과 유사한 감각을 수없이 경험할 수 있음.

이것이 발더식 오르타! (이제 반쯤 진심)

@ 내용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굉장히 공돌이 친화적인 게임. 시스템이 너무 대단해졌음. 특히 시나리오 차트가 장면전환마다 나오게 하기, 해당 이벤트로 점프, 비워진 곳 표시 같은 플러그인에서는 어떤 변태성마저 느껴질 정도.

@ 트루엔딩을 위해 본의 아니게 Dive1을 다시하며 느낀 건 말그대로 "사랑이 없으면 보이지 않는다." 굉장히 친절하게 세계관을 알려주는 레인 루트, 세력간 대립이 가시화되지만 직접적 충돌은 없는 나노하 루트, 규모는 작지만 소속에 따른 한 사건의 양면을 보여주는 치나츠 <-> 아키 루트 등. 모든 걸 안 상태에서 보니 정보는 순차적으로 적절히 제시되었고(핵심 부분 관련해서는 이런 걸 벌써 말해줘도 되냐 싶은 것도 있음.) 모순 없이 잘 맞아떨어짐. 필요한 건 단지 가정을 인정해주는 것 뿐.

@ 전투에 관해서는 主人公がバトルに強い! 操作してるのが俺だし ww <- 스케이프의 이 코멘트가 가장 와닿음. 동영상을 보면 하기에 따라 무궁무진. 전 허접이라 화염방사기, 미사일 런처, 레이저비트, 확산 빔? 같은 비겁한 기술을 많이 썼고, 근접은 대충 카도쿠라 코레더 -> 레이징 클로 -> 크러쉬해머 -> 전투도끼 -> 매그넘 어퍼 -> 카이저 킥 -> 유성각 의 쪼렙 콤보. 덕분에 최종보스는 정말 욕나왔음. -_-




아래부터 소라 루트 감상 추이 및 엔딩에 대한 해석. 네타바레 만빵! 클리어 하지 않으신 분이 보시면 평생 후회합니다. (...)








@ 각 히로인별로 재앙에 의해 깨어진 행복 되찾기의 반복. 이게 미친뇬(...)인 마코토에게까지도 적용되는 한편 혹시 마코토의 생각이 맞으면 그것도 반전이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 브린더의 나무(편의상) 등장! (YU-NO)

@ 리얼/가상의 메타성에 집중(배경설정과 + 마코토 캐릭터가 그렇게 유도. ㅜㅠ)한 나머지, 둘 사이의 관계에 답이 있을 줄 알았지 대놓고 병렬세계를 만들줄은 몰랐음.

@ 객체간 정보의 불일치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나이브한 해답은 별도의 레이어가 중계(indirection)의 역할을 하는 것. 그래서 상위에 어떤 방식으로든 통합 레이어가 있을거라 예상. 정답은 기준이 되는 세계 0이 1-5와 같은 레이어에 존재하고 하위에 있는 ES를 통해 연결. 세계 0이 대등한 레벨에서 나머지를 관측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는데 리얼 밑에 가상, 가상 밑에 근원이 있다는 걸 예측하는건 쉽지 않을 듯. 단서는 전뇌증 등으로 충분히 제시되긴 했지만 마코토 루트가 미친뇬을 구원한다는 절묘한 위치라. 으으윽!

@ 1->5로 가는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다. 이것을 상징하는 에이전트의 변화가 초 멋짐.

@ "당신들이 좋아서 알고 싶다." 사랑해요 이브! AI의 무기질적인 음성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ㅜㅠ

@ 라스트 직전 길을 열어주는 동료들은 발더포스 빠인 사람이면 반가울 수도 있고 재탕 같아서 부정적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음. 퇴장은 무덤덤했는데 재등장이 너무 반가웠음. 사랑해요 이브! 2

@ 내가 활약하는 지금 이 순간, 1-5에서도 다른 우리가 적과 싸우고 있음을 인식할 때의 감각이 전율스러움.

@ 전체 흐름은 3-way handshake. 0의 소라가 메시지를 뿌리고 5의 마코토와 코우가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여 0이 6으로 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듬, 0은 다시 1-4로 피드백.

@ 세계 6은 1) 0-소라의 구원인 동시에, 2) 시뮬라크르에 대한 긍정("우리들은 더이상 남을 모방한 존재가 아니다."), 3) 마지막으로 방주계획으로 표현되는 가상으로의 도피로부터 리얼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역할. 2)와 3)이 상충한다는 점이 재밌음.

@ 마코토는 다른 세계의 존재를 알기에 현 세계가 거짓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5-마코토는 더이상 현 세계를 부정하지 않는다.

@ 마코토의 전뇌증은 ES로의 아카식 다이브. 발더스카이에서 브린더의 트리는 재앙의 크리스마스 당일을 루트로 하여 처음 분기되는데 0-소라는 그 이전 시점에 영향을 줄 수 없다. (추측이지만 소라가 아직 존재하고 있는 세계로는 에이전트를 보내지 못하는 듯) 하지만 전뇌증 환자인 마코토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만 하면 그것이 관측가능하기에 그 이전 시점에서도 간섭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 7이 가능. 동시에 마코토는 10년의 용기를 짜내면서 전뇌증 극복의 한걸음.

@ 0->6이 되었는데, 1-5는 그대로 + 알파 시간으로 정의되는 이유는 잘 모르겠음. 여기서도 한가지 추측은 정체된 세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상징적 의미로 6이란 숫자를 부여하지 않았나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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