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인즈 게이트 올클 by Hiwars

인간 승리!

올해 초슬럼프로 한 겜이 몇 개 없는 상황에서 2010년이 가기전에 이걸 올클한 자신에게 스스로 감동. (각잡고 한게 스바히비, 괭갈, 영전7 정도인듯. 쿠도 와후타까지는 하고 싶은데 니트로 신작도 있고. ㅠㅠ) 이건 슬럼프 탈출을 위한 슈타인즈 게이트의 선택! 이랄까 그럴만한 게임이였음. ㅠㅠ 한편으로는 8월 중순에 맞춰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만, 어쨌든 스바히비와 함께 투탑으로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어서 다행!

고평가에 칭찬 일색의 게임이고 실제로 끝낸 후에는 저도 비슷한 기분인게,

Steins; Gate (슈타인즈 게이트) - 5pb
[감상] Steins;Gates for Win (5pb+NitroPlus, 2010)

대부분의 리뷰에 아마도 비슷한 칭찬이 쓰여있을테지만, (위 두 글을 읽어보니 솔직 그닥 할말이 없음. ㅠㅠ) 저도 숟가락 얹으면서 제 방식으로 썰을 풀어봅니다.

언제나 그렇듯 스포일러 100퍼! (슈타케 + 마브얼터)




저는 스바히비의 부제가 불연속 존재라는 것이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음. 조금 벡터는 다르지만 슈타게는 반대로 연속성이 가장 큰 특징이거든요. 올해 한 대표적인 두 게임이 하나는 불연속, 하나는 연속.

슈타게는 모든게 딱딱 맞아 떨어지도록 굉장히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동시에 이야기 성립을 위해 상당히 교묘한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 점에 대해 조금 파보려고 합니다.

슈타게의 독자적 설정인 세계선 이론과 다이버전스는 비슷한 류의 다른 게임에도 적용된다는 엄청난 강점이 있습니다. 대략 아무 루프물이나 하나 잡은 후에 다이버전스를 적용하면 대충 말이 되죠. 히구라시 보면서 이거 다이버전스가 어쩌고~ 다 압니다. 이러고 놀 수 있단 말.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서 볼 점이 세계는 하나로 수속된다는 설정. 즉 평행세계란게 없다는 걸 강조하고 들어간다는 건데, 이게 다른 세계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배제함으로써 타임리프나 D메일을 보내는 행위가 현재의, 즉 뭔가 의도에서 어긋난 시점의 세계가 병렬세계로서 이후에도 계속 남아 있게되는 부담을 없애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

병렬세계의 개념을 채택하고 있는 마브러브에서 마리모 선생님이 베타에게 죽고, 코우즈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갔던 다른 세계에서도 무언가의 법칙에 의해 비슷한 죽음을 맞았던걸 떠올려보죠. 그 세계는 주인공이 다시 원래 베타 세계로 돌아간 후에도 마리모가 죽은 세계로 남게 되지만 슈타게에서는 단 하나의 실타레가 얽혀있는 개념에 가깝기 때문에 그런 죄의식이 좀 덜하단 말. 즉 실제로 상처입는건 오카링 뿐이라는 겁니다.

전반(5장까지)은 타임머신이 내 앞에 덜컥 나타난다면? 에 대한 관찰일기 같음. 복권 당첨을 보면서 나도 저런 실험 단계를 밟을 것 같다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나라면 1등 찍었다. +_+) 자잘한 걸 바꿔보고 그 결과에 신기해하는 이야기. 그리고 6장부터는 상황이 급변하며 지금까지 바꿔온 것들 하나하나가 리바운드로 작용하는 이야기죠.

슈타게를 끝내고 생각한게 이 게임에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선택에 대한 책임의 중요성이라고 해도, 앞을 모르기에 소중한 현재에 대해서라고 해도 다 맞을겁니다. 슈타게와 유사한 게임이 뭐냐는 질문에도 참 여러가지 답을 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주제적으로 가장 비슷한게 뭔지 묻는다면 저는 마브얼터라고 하겠습니다. 정확히는 마브얼터 + 스마가. 마브얼터가 사랑과 용기의 이야기라면 스마가 틱한 근성을 더해 사랑과 용기와 근성의 이야기 정도로. 포인트는 오카링이 게임 전체에 걸쳐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

작중에서 과거를 바꾸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 D메일과 타임리프.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리딩 슈타이너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슈타게에서 가장 교묘한 부분입니다. 리딩 슈타이너와 D메일, 타임리프 모두 주제를 위해 최초 오카링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설정입니다.

리딩 슈타이너는 사실 이상합니다. 바뀐 세계선을 인지한다고 설명하지만, 사실 정확한 인지는 바뀌기 전의 기억과 바뀐 후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두 세계를 동등한 조건에서 비교하기 위해서도 필요) 하지만 D메일을 통해 과거가 바뀌면 오카링은 바뀐 세계에서 D메일을 받은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를 알지 못합니다. 복권을 어떻게 루카에게 사게 한건지부터 페이리스와 어떤 식으로 연인이 되었는지까지. 페이리스 개별 루트를 예로 들면 페이리스의 남자친구였던 오카링 입장에선 어이없는거죠. 놋토라레 라고 해야하나. 즉 리딩 슈타이너는 최초의 내가 여전히 나임을 보장하는 장치라는 말. 여기선 과거의 오카링이 증발합니다.

타임리프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는데, 사실 과거의 자신에게 현재의 기억을 카피페하는거죠. 여기서도 재밌는 건 원래는 D메일의 메카니즘대로라면 타임리프도 전화를 걸면, 과거의 오카링이 그 영향을 받고 세계선이 바뀌어서 그 결과인 현재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D메일때와는 반대로 시간축이 타임리프 전화를 받는 오카링의 시점에 맞춰집니다. 왜냐면 오카링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과거 개변 과정을 경험시키기 위해서. 한마디로 D메일과 적용되는 룰이 달라요. 둘을 통일시키려면 D메일도 메일을 받는 오카링의 시점에서 시작했어야 맞죠. 그 반대거나. 여기선 미래의 오카링이 증발하는거죠.

사실 오카링이 고민하는 이유는 혼자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 만일 개별 루트가 D메일을 받은 오카링으로 시작되었다면? 아마 슈타게의 개별 루트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되었겠죠. 작중에서 8월 13일이 수없이 반복되지만 수많은 8월 13일들을 서로 다른 8월 13일이라고 구별할 수 있는 키는 오카링에게 축적된 경험과 기억입니다. 최초의 오카링이 쭉 이어졌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고. 이게 베타 세계에서 수라장을 겪고 돌아오는 마브얼터의 타케루와 상당히 비슷하죠. 세계는 오카링의 연속성을 위해 정의되어 있고 무의미해보이는 반복이라도 그것이 의미있는 이유는 오카링안에 다 남아있기 때문. 그 유의의한 경험이 미래를 모르는 현재의 소중함을 끌어내는거고.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누구나 리딩 슈타이너를 가지고 있다. 라는 것도 좀 다르게 다가옵니다. 마브얼터에서 원래 세계로 돌아왔을 때 첫만남에서 눈물을 흘리던 카스미가 크리스와 자꾸 겹쳐지는게.

그러니까 결론은 세계는 오카링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는 이야기. 과거개변을 위한 두 방식의 기능분리가 반드시 필요했고 그걸 타임리프를 나중에 개발하는 식으로 교묘하게 포장한 것도 슈타게의 또 다른 대단한 점이라 할 수 있겠음.

...음 원래 이런 글이 될 예정이 아니였는데 쓰다보니 다른 세계선을 탄 듯; 팬디 나와라! (...)

덧글

  • 클랜나드 2010/12/04 09:02 #

    난 이분 장례식 치른 줄 알았는데.. 부활했네
  • Hiwars 2010/12/04 13:08 #

    뭐요? 무서운 말씀을. 트위터에 있거든염. ㅠㅠ
  • 無上之道 2010/12/04 09:40 #

    하지만 수속이론은 또 하나의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수속이론이 존재했기에 오카링의 선택은 루카코나, 패리스의 세월, 심지어는 소동물의 처절한 15년을 '전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죠. 따라서 수속이론은 오카링이나 플레이어에게 있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만약 평행이론을 설정을 가져왔으면 엔딩 두개 정도는 없어졌을걸요.
  • Hiwars 2010/12/04 13:04 #

    오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하나이기 때문에 마유리를 구하는데 실패한 세계를 부담없이 포기할 수 있지만, 하나이기 때문에 개별 루트의 다른 미래의 긍정적인 부분도 포기해야 하니까. 이쪽 역시 오카링 연속성을 뒷받침하는 장치의 좋은 예인 듯.

    요는 한 줄기로 만든게 다 이유가 있다는 얘기죠. ^^;
  • 구라펭귄 2010/12/04 11:42 #

    이거 하셨으니 와레메테 하시면 집어던지시겠지[...]
  • Hiwars 2010/12/04 13:15 #

    비슷한 부분이 많아 관심은 갔지만 전 아자나엘 할거에요! (...)
  • 칼리 2010/12/04 17:04 #

    다른 게임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는 강점때문에, 다른 게임에서 제대로 설명이 안된 부분을 세계선 이론으로 설명하고 혼자 납득하고 있지요. 대표적으로 와레메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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