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의 궤적 감상 #1 by Hiwars

스포일러 없이 쓰려고 했지만 결국 포함. ㅠㅠ 클리어하지 않은 분에겐 치명적.

플레이 요약
  • 난이도 이지 클리어, 플레이타임 55시간.
  • 공략사이트들을 약간 참조하여 알려진 서브퀘스트 전부 클리어.
  • 요리/낚시/서적 컬렉션은 무시.
  • 키즈나는 리샤 루트, 클리어 후에 치트코드 이용해서 나머지 애들 고백(?) 이벤트 회수.
  • 아리오스 및 아리안로드와의 전투 승리.


사실 이건 감상이 아니라 감상 전의 푸념. (...) 웬만하면 팔콤을 까고 싶지 않지만, 이 부분에 대한 불평없이 감상을 쓰긴 어려울 것 같음.


'사상 최고의 클라이막스, '환염계획을 다룬다.', '등장인물 소개에 보이는 각국 정상들', '결사의 사도가 두명이나 등장' 뭐 이런 키워드들에 대차게 낚인 기분인데 이게 다분히 의도적이란게 좀 불쾌함.

스케일이 큰 건 사실이지만 서사적인 스케일을 말하는게 아니라 세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큰 소재를 다루단 의미의 스케일.

시리즈물에서 이런 스탠스를 취한 작품은 아무래도 단독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까놓고 말해 결사와 연관을 짓지 않고(라기보단 플레이어가 결사를 의식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진행했어도 괜찮은 작품이 되었을텐데 그걸 굳이 엮어서 단일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깎아먹은 느낌이 든다.

하늘의 궤적 시리즈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종결되었고 모든 것이 결사라는 미지의 세력이 꾸민 계획의 일부였음이 드러난다. 차기작에서는 언젠가 결사의 다음 계획이 나올 것이고 종래엔 결사의 궁극적인 목적이 드러날 것이고 주인공들은 그걸 막거나 다른 방법을 제시하거나 하면서 전체 시리즈가 마무리되겠지. 이미 사람들은 큰 흐름과 최후의 적을 알고 있다.

문제는 끝은 보이는데 갈 길이 너무 멀다. 아직 목표가 안보일 때라면 몰라도 저 앞에 목표가 있는데 전력질주해도 모자랄 판이다. 이러고 시간 끌게 아니라 계획 좀 빨리 진행하면 안되나!

라는건 내 희망사항이고 적어도 부풀리진 말란 말. 그냥 본격적으로 다루거나 아예 안다루거나 어느 쪽이던 불만이 없었을 것임. 제로의 궤적을 하고보니 크로스벨에 묶여있는 애들이 결사와 본격적으로 대결할 것 같진 않더라. 그럼 다른 이야기를 할 거면서 메인 스트림도 많이 들어있는 척 사람을 낚진 말아야지.

하나씩 거둬내보면 우선 이게 제국혁명을 다루지 않은 이야기인 이상 결사가 그것도 사도급이 굳이 나와 뭔가 있어보이는척 할 필요가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제국혁명을 다룬다던 차기작 전에 크로스벨을 무대로 한 다른 작품이 끼어들어왔는데 그럼 그냥 외전 정도로 취급하면 되지 환염계획을 다룬다라고 과장해서 말할 필요가 없단 말. (그래서 제로 때는 이런 불만이 없었음.) 환염계획은 이미 제국으로 옮겨갔다라고 뻥치지 말고 그냥 이렇게 말하는게 어떨지? 지금까진 준비였고 이제 시작이다라고. 게임 내에서도 나오는 말이지만 결사는 다음 계획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별로 하는게 없으니 그걸 무마하려고 집행자가 아니라 사도급을 등장시키는게 좀 얍삽함.

제로/벽의 궤적의 이야기는 큰 흐름에서는, 그리고 결사 입장에서는 그닥 없어도 되는 이야기다. 환염계획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게 제국혁명이고 제국혁명을 다루는게 다음 시리즈라면 오프닝 나레이션에서 제국혁명의 트리거를 만든 사건이 크로스벨 사건으로 이로 인해 제국에서 내전이 발발했고 오스본 재상파가 승리했다 정도만 언급해주면 끝날 일이니까. 결사는 이 사건으로 얻은 것도 없다. 하늘의 궤적 때처럼 지보를 얻은 것도 아니고 그냥 크로스벨에 살짝 힘만 빌려주는 척하다가 물러났을 뿐.

각국 정상들의 모임은 스케일이 커보이게 하기위한 손님, 결사는 약간 힘을 보태준다곤 하지만 뭔가 있어보이게 하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 제국 정상들과, 결사와 엮이지만 위협은 될지언정 결국 해결할 문제는 크로스벨 내부에서 일어남. 엑스트라로 쓸거면서 비싼 돈 들여 대배우 캐스팅했다고 자랑하는 꼴.

사실 기대의 방향에 개인차가 있고 위에 말한 기대와 실제 내용의 갭은 개인적인 푸념에 불과하지만 굳이 까려는건 이것 때문에 단일작품으로서의 제로/벽의 궤적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기 때문.

단일 이야기의 마무리로서 그리고 배경인 크로스벨의 상황을 봤을때 디타 시장이 보스로 등장한건 참 적절하다. 모티베이션과 전말이 밝혀지는 타이밍도 훌륭하다. 그런데 의외로 진짜 흑막은 마리아벨이었다. 마리아벨에게는 그닥 큰 모티베이션이 느껴지지 않는다. 목적이 뭐고 뭘 이루려고 했는지? 그냥 가문이 그러니까 숙명과도 같이? 제로의 지보를 부활시켜서 무얼 하려고 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시공을 다루는 능력을 얻었고 이게 있으면 이런이런 것도 할 수 있다까지만 언급하지 무엇을 하겠다가 없다. 그러니까 지보를 앞에 두고 키아의 마음이 이런데 로이드 너네 그래도 키아 데려갈거니 이런 얘기나 하는 것임. 그리고 끝나고 나서도 에이, 우리 가문의 비원이 날라갔네. 뭐 할수 없지 정도로 마무리. 그리고 결사의 기둥으로 스카웃되었으니 님들 ㅂㅂ. -_- 전형적인 허무엔딩. 대체 이건 무슨 어이없는 상황인가. 마치 결사에서 빼가려고 마리아벨을 최종보스로 한 것 같지 않은가? 그러다보니 보스를 격파하는 맛은 전무하고 이야기가 해결되어도 해결된 것 같지 않은 찝찝한 느낌.

결사의 계획을 다루는 줄 알았는데 결사는 한 일도 얻은 것도 없고, 크로스벨의 독립을 다루려고 했는데 가장 큰 모티베이션을 가진, 크로스벨을 둘러싼 사건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시켜줄 수 있는 놈은 페이크 보스고, 진짜 보스는 별 생각이 없이 일을 벌려놓고 망하니까 그 능력을 인정받아 결사로 가버렸다. 그리고 그 이후에 무슨 사건이 어떻게 일어나서인진 몰라도 크로스벨은 '여차저차' 2년 후에 독립했다. 끝.

??????

한마디로 쓸데없이 결사랑 엮는 바람에 뒤가 망한 셈. 크로스벨을 다루면 끝까지 책임을 지던가, 아니면 결사 얘기를 제대로 다루던가. 둘다 어정쩡하게 마무리하니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렸음.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어느 쪽도 결말이 없는 이상한 작품. 궤적 시리즈로서도 미묘한 작품.



아 속이 다 시원하네.

다음은 진짜 벽의 궤적이란 이야기에 대한 감상을. (...)

란스 퀘스트 by Hiwars

어제 클리어한 후 야리코미 약-간 더하다가 끊었음.

요새 겜을 거의 안한 저도 바로바로 하게 만드는 앨리스가 새삼 위대하게 느껴지는군요. ^^;;

1. 전체적인 느낌은 2% 부족한 팬디스크

올스타 출동이란 느낌으로 상당히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약간의 이야기 진전이 있었던 애들, 현재 상태를 살짝 보여주는 애들, 그냥 얼굴만 비추는 애들 정도로 비중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각각의 면면이 무지 반가운 건 사실.

전작을 했으면 득이 되는 이벤트도 꽤 있고 구작플레이를 한 사람을 배려하는 부분들을 보면 영락없는 팬디.

단지 저에게는 이게 약간 안주하는, 돌아가는 느낌으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스토리 진전의 기대치나 전작 이후 수년이 지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쉬어갈 타이밍이라기보단 한방 터뜨릴 타이밍이였단 생각이 들기에, 즐겁게 했지만 아쉬운 마음도 꽤 큽니다.

이게 참 시리즈팬으로서의 딜레마. 전작을 내용을 알고 있기에 캐릭터에 애정을 줄 수 있고 게임의 모든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반면, 귀축왕에서 잡힌 러프한 프레임이 머리속에 남아있기에 순수하게 놀지 못하고 헤르만 편을 달라고 떼쓰게 되는게 아닌지 싶음;

하지만 순수 팬디스크적 측면에서도 조금 볼륨부족이란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게, 물론 그리운 캐릭터들이 다시 나와주고 걔네를 사용하여 파티를 꾸미고 던전을 돌며 노는 것 자체도 하나의 즐거움이겠지만 그것보다는 각 면면의 이야기를 사소한 것들이라도 디테일하게 보여주면 더 감동이 크지 않았을까 (마마뇨뇨가 아니니까) 싶은데 선택된 일부만이 그런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 좀.

이걸 정말 제대로 해낸 란퀘의 롤모델이라고 할만한게 팔콤의 궤적 서드죠. 한명한명을 애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 이야기 듬뿍 + 총출동으로 가지고 놀기 좋게 + 적당한 후속작 떡밥 투척의 3위일체가 절묘해서 이야기 진도는 미미하지만 충분히 마음이 가득차는 팬디. 란퀘도 그런 게임이 되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음.

여기서 욕구불만이 생기기 때문에 자꾸 란퀘를 끝내고 귀축왕이나 제스 붕괴 같은 거 재플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거임. ㅠㅠ


2. 그러나 조금이라도 진전된 이야기는 하나같이 대박

란스가 걍 죽자고 자포자기할 때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는 카나미를 보면서,
란스와의 마지막 H로 생을 마감하는 스즈메를 보면서,
돈과 명예, 지위를 모두 얻었지만 란스에게 out of scope임을 비관하고 다시 안도하는 코판돈을 보면서,
실이 얼어있는 동안은 란스를 향한 마음을 참는 마리아를 보면서,
란스를 위해 LV35를 넘겨오는 켄신의 직구를 보면서,
란스에게 저주를 건 카라에게 복수하고자 란스 몰래 정예를 이끌고 쳐들어가는 리아를 보면서,
실 해동의 희망을 잃고 폭주하다 한계에 달한 란스를 따뜻하게 내려다보는 매직과 리아를 보면서,
란스에게 의욕을 되찾게 하기 위해 거짓말하는 리아를 보면서,

울컥. ㅠㅠ 리아가 왜이리 많음. 이번작에서 리아가 너무 좋았음. 변태라서 좋아하는 캐릭이 아니었는데 란스를 생각하는 마음의 깊이라는게 갈수록 전달되서. 간간히 보여주는 냉철한 여왕으로서의 얼굴과의 갭이 너무 짱짱.

란스 이 행복한 녀석! ㅠㅠ


3. 리셋트 카라!

이 겜의 존재의의.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리셋트의 귀여움!!

리셋트로 인해 발생하는 파스텔의 초반과 중후반의 갭, 그 란스도 어쩔수 없이 딸내미바보임을 인증하는 장면 등 메인스토리의 모든 불만을 용서하게 되는 부분.

가하하! >_<
헤-키, 헤-키~ ♪




4. 퀘스트 시스템

란퀘의 가장 혁신적인 부분. 이벤트 단위로 진행되는 일방통행 게임이 보여줄 수 있는 역대 최고의 시스템. 여러 장점이 있지만 이벤트를 보면서 '아 이 부분이 미진한데' 하는 아쉬운 부분이 있을 때 부담없이 넘길 수 있다는 건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음. 세이브슬롯이 하나지만 구닥다리여서 그런게 아니라 하나면 충분하기 때문! 카운팅, 즐겨찾기 기능 다 계승해줬으면 하는 것들.

네트워크도 대단히 재밌는 시스템이지만 퀘스트는 처음 발표되었을 때 뭥미 했던 만큼 더 눈에 확 들어왔음.


5. R8 버전 BGM

trns beat의 충격이 한번 더!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의 영광이 너무 좋았음. 처음에 쾅쾅쾅 터지다가 나의 영광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카미인데(처음 나올때 이런 배리에이션을 예상 못했다가 뒤통수, 란스 드디어 등장------!) 통쾌한 클라이막스에 걸맞는 란퀘 BGM 베스트!



...쯤으로 정리. 다시 기약없이 기다리는 사람 마음도 생각해달라고 하고 싶은 겜입니다. -_-

1 2 3 4 5 6 7 8 9 10 다음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