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의 밤 감상 by Hiwars

본편 클리어하고 감상을 끄적. 중간중간 추가되는 북챕터는 일단 패스.



1. 월희에서 시키의 뺨을 때리며 넌 방금 무척 경솔한 짓을 한거다라고 말해줄 수 있었던 그 아오코도 과거엔 평범한 소녀였던 듯. 마호요의 모습으로부터 월희 초반 등장 모습으로 이어지는 연속성을 느끼긴 어려운 편. ...이지만 마호요 끝부분의 아오코의 모습과 월식에서의 아오코의 이미지는 어딘지 좀 닮았다. 제5법을 짋어지고 살아온 선배로서 시키에게 보인 마지막 표정(미소 같기도 한)이 이해되는 듯한? 여튼 이 느낌이 굳.

2. 유원지 전투신이 역시 백미인데... 애니로도 이 정도의 연출은 당연히 가능하지만 결정적인 차별점은 역시 문장의 템포를 화면이 맞춰나가는 점일 듯.

3. 나스가 좋아하는 boy meets girl로 시작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함께 걸어가는 류의 이야기로 볼때 뭐랄까 캐릭터가 옅어보인는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음. 소쥬로라는 애매한 캐릭터가 문제인데 소쥬로 본인이 백지와 같은 캐릭터이다보니 자신과는 다르게 운명에 대해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아오코에 대한 감탄의 임팩트가 상쇄되어 버린달까 서로 시너지를 주기 어려운 페어.

4. 많은 사람들이 너무 짧다... 라고 하던데 플레이타임이 짧은 건 동의하지만 볼륨적으론 딱 좋았다고 생각된다. 20-30시간 넘기는 긴 게임일수록 플레이어의 1시간을 너무 우습게 본달까, 시간당 정보량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내용 운영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음. 군더더기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로 성립하고 있고 한정된 텍스트을 가지고 보여주고 싶은 걸 풀전개해놓은, 우리는 쉽게쉽게 소화하지만 만드는 쪽에서 감수했을 그 비효율성이 너무 사랑스럽다.




@ 다만 마법사의 밤이 좋았던 것과는 별개로 유사한 컨텐츠의 재소비만이 무한 반복되는 것에는 좀 염증이. 뭐 이런 불만 또는 우려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마법사의 밤이라는 게임이 키노코 월드의 밑천을 드러내는 결정적 트리거의 역할을 한 듯. 또는 달빠로서의 내 수명이 다 되가는 증거이거나; 따분한 어른이 되어버리면 안되는데. ㅠㅠ

마비노기 완결 by Hiwars

뭐 온라인 게임에 완결이 어딨겠냐마는.

메인스트림에 포커싱해온 제 안에서는 G16으로 마비노기는 사실상 완결이라고 볼 수 있을 듯.

이제부터 그 이유를 아래에.

매번 반복하는 감이 있지만 다시 한번 정리해보면,

마비노기는 처음 모리안의 요청으로 인해 게임 밖의 플레이어가 게임 안에서 생명력을 부여받아 밀레시안으로 태어나면서 시작되죠. 메인스트림에서 모리안과 밀레시안의 관계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게임 안의 존재와 게임 밖의 존재의 관계로 볼 수 있다는 점과, 마비노기란 컨텐츠의 제공자와 소비자의 관계로도 볼 수 있다는 점. 이 두 가지가 살짝 블렌딩되어 있죠.

밀레시안은 모리안의 호구(...) 역할을 충실히 하면서 적을 제거해 나가는데, 돈 내고 게임하는 플레이어 역시 극단적으로 말하면 호구에 해당하는 존재. 게임 안에서 밀레시안으로서 플레이 하는 유저는 사실 게임밖에 존재이기 때문에 모리안이 밀레시안을 대하는 태도에 조금 미심쩍은 부분이 있음을 인식할 수 있음. 뭐 이러한 모리안에 대한 의심은 다크나이트 이후 모리안이 직접 나설 때까지 잘 부각되진 않은게 아쉬운 점이긴 합니다.

마비노기 내에서 호구로 키워오던 밀레시안이 점점 강대한 힘을 얻게 되면서 모리안은 슬슬 밀레시안을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낌. 마비노기는 플레이어의 스탯이 끝없이 누적되고 한 캐릭터로 모든 컨텐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컨텐츠를 소비해 나가는 유저와 지속적으로 새로운 컨텐츠를 생산하여 제공하는 쪽과의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고 이 둘의 충돌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을 듯. 밀레시안에 의한 에린이 붕괴는 실제 게임에서도 플레이어의 파워인플레에 의해 갈수록 게임의 수명을 갉아먹는 형식으로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결국 이 관계를 정리하는게 G16인 것이죠. 사실 G16 완결 자체는 시시한 편이지만 그동안의 여정에 종지부를 찍는 이야기이고, 얄미운 모리안을 족치지는 못했지만 에린을 밀레시안에게 맡기고 물러나는 엔딩은 '더이상 적극적인 개입(컨텐츠 제공)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앞으로도 마비노기를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하는 것 같이 상당히 우아한 퇴장이라고 느껴진다는 겁니다. 모리안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모리안이 끝내줘야 하는 것이고 모리안에 의해 에린에 온 유저도 맘편하게 해방될 수 있죠.

저는 사실 이 이야기를 마무리할거라 기대는 안했는데 2004년인가부터 지금까지 길게 이어왔지만 어느정도 수명이 다해가는 시점에서 비록 날림일 지언정 최소한의 성의는 보인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이런 이야기를 의도한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중간중간 설정구멍도 꽤 있는 듯 하고(자세히는 모름), 맥이 끊겼다 다시 이어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G16까지 온 이야기는 나름 잘 마무리되었다고도 볼 수 있을 듯.

물론 이후에 무슨 메인스트림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고 아마도 넥슨은 계속 유저돈을 마지막까지 뽑아먹으려고 온 힘을 다하겠지만.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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